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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일신문
댓글 0건 작성일 17-12-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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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해방 후 평양을 떠나지 못하고 눌러 살고 있었다면 마음대로 말 한 마디도 못하고 글 한 줄도 못 쓰고 감옥에 갇혀 있거나 아니면 이미 매 맞아 죽은 지 오래일 것입니다. 나는 자유를 찾아 38선을 넘어 월남하였기 때문에 100권의 책을 쓰고 3만 번 이상의 강의나 강연이나 설교나 좌담이나 인터뷰를 하면서 오늘의 노인이 되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그 언론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직장에서 추방도 당하고 중앙정보부에 여러 번 갇히기도 했고 재판도 받고 징역도 살았지만 북한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언론자유의 천국’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오늘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한국의 일간지가 New York Times나 Washington Post같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지는 못합니다. 나는 그 원인이 국민의 수준에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종교나 정당이나 지역에 대한 공정한 비판이 불가능한 까닭은 비판적 기사가 신문사의 문을 망가뜨리고 유리창을 깨게 하는 폭행의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언론이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 없지만 이번에 몇몇 신문사와 방송사가 미국의 기업과 정계와 언론계의 거물들의 ‘여성을 상대한 비행’을 폭로함으로 “나도 당했소”(Me too)라고 외치며 나오는 30년 전의 ‘미녀들’이 뒤를 이어 각자가 당한 일을 고백하기 때문에 미국 사회의 남녀 불평등의 오랜 악습이 무너질 ‘위기’에 직면한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돌풍이 몰아쳐 진정한 남녀평등이 실현되기를 바라지만 아직도 국민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잘못된 세상에 우리는 앞으로도 한참 살아야 할 것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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