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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화의 딸들아,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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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일신문
댓글 0건 작성일 16-08-1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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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은 말투를 바꾸어서 몇 마디 해야겠다. “이렇게 큰 소리를 치는 당신은 누구요?”라고 물으면 “동네에 사는 노인이다”라고만 대답하겠다. 나는 살 날이 많지 않은 불쌍한 노인이다. 너희가 만일 내가 하는 말에 화가 나서 죽창이나 돌멩이를 들고 내 집을 찾아와 난동을 부린다면 나는 물론 112에 신고하겠다. 그 전에 너희가 달려들어 나를 창으로 찌르고 돌로 때려서 죽여 버린다면, 미안한 말이지만 그건 ‘송장 치고 살인’이 된다. 왜? 내 나이가 90이 다 되었으니까.

나는 이화와 아주 관계가 깊은 사람이다. 누님 한 분은 일제 때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한평생 이화를 위해 일을 하다 1990년에 세상을 떠났다. 여동생 둘이 있는데 둘이 다 이화를 졸업했고 그들의 등록금은 내가 댔다. 고3 조카가 하나 있는데 공부를 썩 잘하지만 매일 밤 12시까지 공부한다. 이화대학의 Scranton College에 입학하려고.

이화는 김활란 박사가 총장이던 시절의 그 드높던 명성을 지금은 많이 잃었지만 거기에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다. 본디 남자들만 다니던 서울대학, 연세대학, 고려대학이 남녀공학을 시작하는 바람에 좋은 여고 졸업생들을 많이 그 학교들에 빼앗긴 것뿐이다. 그 영광의 빛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가 스승으로 모시던 함석헌 옹의 따님 한 분이 대구에 사는데 그 외손녀가 지난봄에 이화에 입학했다고 그 외할머니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내게 전화를 하면서, “지방의 여고에서는 이화에 한두 명 입학시키기도 어렵습니다”라고 하더라.

1960년대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화대학 졸업생 한 사람이 무슨 일로 Harvard대학을 방문하여 저 유명한 Nathan Pusey 총장을 만나게 되었다. 이 방문객이 이화대학 출신인 걸 알고, “Is Dr. Helen Kim well?”이라고 그 총장이 문안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천하의 Pusey 총장이 그녀의 모교 총장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여, “How do you know her?”라고 했더니 Pusey 총장 말이 “그 분은 이제 한국여성들의 지도자이실 뿐 아니라 전 세계 여성들의 지도자이시다”라고 했단다.

그렇던 이화가 요 며칠 사이에 겪는 수난을 지켜보면서, 이화에 망조가 들었다는 생각이 앞선다. 저 꼴을 대하면서, “저것이 이화인가?” 의심하게 된다. 최경희 총장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가? Internet에 뜨는 유언비어, 허위사실을 가지고 모교총장의 인격을 밟으려 드는가? 총장이 적법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는가? 총장이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시작한 일이 단 한 가지라도 있는가? 총장이 부르지도 않은 경찰을 왜 “총장이 불렀다”고 우겨대는가? 이화대학의 문을 닫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가?

총장의 사과를 받아? 무슨 잘못이 있어서? 그리고 스승은 부모와 다를 바가 없는데, 부모를 무릎 꿇게 하고 부모의 사과를 받아내는 패역한 아들‧딸을 가진 집안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사태를 그대로 두면 학교가 망하고 나라가 망한다.

이화의 딸들아, 정신 차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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