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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의 덕에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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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일신문
댓글 0건 작성일 16-04-12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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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았는가, 뭘 먹고 살았는가, 누가 물으면 “남의 덕에 살았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적어도 나 자신의 삶을 놓고 생각할 때는 정답입니다. 내가 한평생 한 일이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다 거치며 훈장 노릇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회계에서 매달 어김없이 주는 봉급으로 생활했는데 아마도 학생들이 학교에 바치는 월사금이나 등록금으로 봉급이 마련되었으므로 그들의 부모가 흘린 땀의 열매를 나도 먹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단 한 번도 봉급이 적다고 불평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정년퇴직하던 시절에는 일시불로 주는 퇴직금은 있었지만 연금(年金)제도가 확립되기 이전이어서, 살아있는 동안은 다달이 받을 수 있다는 연금의 혜택이 없어, 교회나 사회단체의 초청을 받아 설교나 강의를 하고 그이들이 건네주는 봉투로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책을 여러 권 썼는데 잘 팔리는 책도 몇 권 있었고, 라디오나 TV에도 출연하면 출연료가 있어서 그럭저럭 체면을 유지하고 살 수 있었습니다.

4년 동안은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에 출퇴근하였으니 국록을 먹고 산 괴로운 세월이었습니다. 나의 일생을 돌이켜 보면 어느 일이나 모두 내가 좋아서 한 일이기 때문에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노동'을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를 먹여살려주신 여러분에게 "고맙습니다"라는 한 마디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여러 사람의 신세를 많이 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명치시대의 유명한 종교인이던 크리스천 우찌무라 칸조는 누가 강연 부탁을 하면 먼저 "이꾸라 구레루까?"(얼마나 주겠느냐?)고 물었다는데 나는 한 번도 강사료가 얼마냐고 미리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강의나 설교나 방송 출연이 다 내가 좋아서 한 일들이었기 때문에 '노동'이라고 할 만한 괴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남의 덕에 살았다"고 내가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돌이켜 보면 나의 90년 가까운 삶은 행복한 것이었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좋은 부모 밑에 태어났습니다. 우애(友愛)가 돈독한 형제자매가 있었고 하나님이 주신 친구들도 다 좋았습니다. 나를 믿어주시던 스승들이 계셨고, 나를 따르는 순진한 제자들도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한국인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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